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9/28 04:58:39
Name 황태윤
Subject 글쓴이의 책임 그리고 읽는자의 책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잘 알던 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이 있게 됩니다. 분명히 내가 그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심한 말을 한 것 같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술 한잔 하다 보면 아.. 내가 한 이말이 이사람에게는 상처가 되었겠구나. 고깝게 들렸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술 한잔으로 풀 수가 있죠.

같은 의미로 내가 게시판에 이정도면 뭐 괜찮은 글이겠거니 하며 글을 올립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리플에는 내가 쓴 글의 일부분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부풀려지고 과대평가 되어서 이슈가 되고 싸움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와 달리 이 앙금은 술 한잔으로 풀어지지가 않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상대의 표정을 보면서 말하는 것과 달리 딱딱한 활자와 그저 오해가 계속 될 여지가 있는 글들이 난무하게 되죠.

사람이라는 것이 사실 완벽과는 거리가 좀 있는 존재입니다.  만일 사람이 만들어낸 것중에 완전 무결한 것이란게 있다면 저는 그 사람을 숭배할 겁니다.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완벽한 글이란 이 세상에 존재 하지도 존재 할 수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을 다 웃기는 유머, 모든 사람들 다 만족시키는 사상, 모든 사람을 다 수긍하게 만드는 스타 전략.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해설자,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방송... 과연 이런 것이 가능할까요?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만 사실 PGR에서 게시판에 글을 써 올린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있어 내 의견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내 의견에 반하는 것이라도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올리는 것이 바로 이곳 PGR게시판입니다. 글 속에 있는 큰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올리는 것은 내 스스로 한테도 받아들이기 편합니다. 하지만 전혀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는 것은 글을 올린 사람에 있어서는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에 더해서 그것이 분쟁으로 흘러가게 되면 차라리 내 글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게 만듭니다.

지금 PGR에서 일고 있는 게시판의 문제들은 대다수가 그 글쓴이의 생각과 리플을 다는 읽은 이의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도 논쟁만을 위해 리플을 다는 키보드 워리어도 있다고 봅니다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쓴이의 책임에 비해 읽는 이의 책임은 어느샌가 많이 약해져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밑에 달리는 댓글 역시 최초 게시자와 못지 않게 자신의 쓴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만일 자신의 의견이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면 혹은 글쓴이의 글 일부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리플 대신에 쪽지로 글의 개선을 요구한다거나 자신의 생각이 글쓴분의 생각과 다른지 아니면 그 의미를 잘못 이해 했는지 물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리플 역시 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 한 것이라면 그 글에 대한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분명히 파악하고 글을 달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은 글에대해 비판적이거나 게시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에서 리플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만일 글에서 분쟁의 여지가 있다면, 리플 속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리플로서 ㄴㄴㄴ// 이런식으로 댓글을 달기보다는 차라리 쪽지로서 서로간의 얘기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일대다 혹은 다대일의 상황보다는 일대일의 상황이 풀어가기에는 더 쉽기 마련입니다.

이번 유머 게시판 사건에서도 리플의 아쉬움은 늘어만 갑니다. 상대방과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1:1로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더군다나 그것이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라면 쪽지를 이용하시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것이 일부 키보드 워리어들의 리플이라고 할지라도 쪽지로서 대화한다면 게시판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거라고 생각합니다.

밝은 PGR 게이머와 관계자들이 다시 찾는 PGR은 운영자의 몫도 게이머의 몫도 아닙니다. 그것은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9/28 08:15
수정 아이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막강테란☆
06/09/28 09:40
수정 아이콘
앞으로 글 쓰는데 책임감을 가져야겠네요. 무턱대고 쓴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맞춤법도 대부분 맞으시고 글에 생각이 잘 들어나서 좋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06/09/28 13:03
수정 아이콘
글을 쓴 순간부터 글쓴이는 모든 상황을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면 공개 게시판에 올린 순간부터 그 글은 '자신만의'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코멘트가 기분나쁘다고 해서 가볍지 않은 코멘트를 적어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코멘트 다시는 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PGR에는 글이 올라오면 조회수가 1000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 수백분이 그 글을 보셨을텐데 그냥 삭제해버리면 코멘트는 안달았지만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혹은 '아니야'라고 생각하신 많은 분들의 공감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가치 있는 글을 써놓고도, 자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코멘트가 있다고 글을 삭제한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delete버튼의 무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고 관련 글을 또 한번 쓰고 싶었습니다. 너무 쉽게 글을 쓰고 너무 쉽게 지워버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035 언제까지 이스포츠협회는 이스포츠협회로 남아있을것인가? [12] SEIJI5373 06/11/14 5373 0
27034 박용욱, 가을의 전설 .. 그리고.. 온게임넷.. [28] 삭제됨4620 06/11/14 4620 0
27033 개인-프로리그 및 각종 호불호 설문조사 결과. [22] legend4414 06/11/14 4414 0
27031 제주도 갑니다! 오영종 화이팅! [22] 동글콩4233 06/11/14 4233 0
27030 [PHOTO]마재윤의 '프링글스 MSL 시즌2' 정복기 [52] 오렌지포인트5344 06/11/14 5344 0
27029 왜 온겜이 기억에 많이 남을까???(마본좌이야기) [62] 김준석4918 06/11/13 4918 0
27027 to sAviOr [13] Carpenter3870 06/11/13 3870 0
27026 팀밀리로 수비형을 타파할수 있지 않을까? [16] 불타는 저글링4435 06/11/13 4435 0
27025 저그답다 [17] 그래서그대는3882 06/11/13 3882 0
27023 마재윤선수를 이기는 14가지 방법 [99] 포로리9005 06/11/13 9005 0
27022 이스트로 VS CJ 엔트리! [341] SKY926926 06/11/13 6926 0
27020 서바이버 예선에선 플토가 다수 올라올 듯 하네요. [23] 김광훈4778 06/11/13 4778 0
27018 [펌]가을의 전설을 믿습니까? (번역글입니다) [13] 스타대왕8031 06/11/13 8031 0
27017 프레스티지. - 관객과 두뇌싸움놀이의 끝 (스포일러無) [6] Lunatic Love5483 06/11/13 5483 0
27016 이 선수의 연봉을 올려주세요! [45] op Has-7527 06/11/13 7527 0
27015 [잡담] 이승환 9집 - hwantastic? FANTASTIC! [29] Carefree5442 06/11/13 5442 0
27014 KTF 못지않게 SK T1역시 신예 발굴에 더 주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37] 다주거써6123 06/11/12 6123 0
27013 이윤열, 골든 마우스에 가장 다가선 남자 [49] Cozy6331 06/11/12 6331 0
27012 [잡담]중고차를 구입하며... [18] Diente4032 06/11/12 4032 0
27011 T1 again 2004 프로리그? [26] -ㅛ-)치힛~5948 06/11/12 5948 0
27010 미스테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서른네번째 이야기> [17] 창이♡4160 06/11/12 4160 0
27009 <심심해서 조사한 통계> 정말 스타리그는 신인리그인가? [27] 제로벨은내ideal4578 06/11/12 4578 0
27008 벼랑끝의 양팀의 승부! 삼성 Khan VS SKT T1 라인업! [546] SKY928323 06/11/12 832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