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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01 01:31:25
Name Energy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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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인터넷
Subject [스포츠] 지단에 대한 안첼로티의 이야기 (수정됨)




유벤투스의 라커룸은  법정 같은 곳이었다.
그 곳은 변호사들로 바글거렸는데 그들은 모두 지단을 변호하고 싶어 안달이었다(이것이 비안코네리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The Dream Player -지단은 어떤 경우에도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고, 그러한 권위는 그의 값비싸고 광적인 변호진들에 의해 지켜졌다.
그 변호사들 중 잔니 아넬리(유벤투스 구단주)는 진짜 변호사였고,
파올로 몬테로(유벤투스 수비수)는 변호사 학위는 없었지만 모든 도전자들과 맞짱 뜰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말 웃기는 한 쌍이었다.
그들은 별빛 가득한 하늘로부터 이 땅으로 떨어진 불타는 유성이자,
벽에 붙은 포스터에서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존재인 '지네딘 지단'의 이름 아래 똘똘 뭉쳐 있었다.
필멸의 세계에 강림하신 걸 환영합니다, 축구공의 하느님이시여!

그들은 지단의 그림자였고 또한 그의 수호천사였다. 그들은 결코 지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넬리는 그에게 미쳐 있었다. 몬테로는 원래 미친놈이었다.
그들은 지단을 보면서 하나의 순수하고 빛나는 불빛, 언제까지고 초록불인 신호등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그들에게 마치 신세계로 통하는 통행권과 같은 존재였다.
물론 지단은 확실히 비범했다. 그가 자주 지각을 한다는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1999년 2월 어느 날 우리는 원정 경기를 뛰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단이 오지 않았다. 그가 사라진 것이다. 휴대폰을 꺼놓은 채로.
난 얼마 간 기다리다가 결정을 내렸다.

“출발하자”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카를로, 그럼 지단은 어떻게 저희를 따라오죠?”

“그건 그의 문제지.”

그때 팀 버스 뒤쪽에서 몬테로가 벌떡 일어나 통로를 돌파하여 내 앞에 왔다.

"감독,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

“그래. 파올로. 얘기하자구. 일단 버스부터 출발시키고. 무슨 얘기든 다 들어줄게.”

그는 나를 가로질러 버스기사에게 뛰어가더니 그의 팔로 X자를 그었다.

“아니, 바로 그게 우리가 얘기해야하는 주제야. 지단 없이는 아무도 여길 떠날 수 없어.”

난 잠시 깨끗한 정신으로 다시 한 번 상황을 점검해보았다.

‘그래, 난 지금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분노에 차 나를 노려보는 미친 살인마 앞에 있어.
주어진 선택지 중 괜찮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중 저 놈은 항상 괜찮지 않은걸 고르는 놈이야.
공을 노리고 다리를 찬다던가, 발을 노리고 다리를 찬다던가, 그냥 다리를 찬다던가'

“알았어. 파블로. 그를 기다리자구.”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었다.

지단은 10분 뒤에 나타나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마침내 버스는 떠날 수 있었다

지단은 내가 지도한 선수 중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 그는 매우 낯선 행성에 혼자 살고있는 사람같았다.
모든 경기 시작 전마다 아넬리는 라커룸을 찾아와 델 피에로에게 인사한 뒤 곧바로 지단에게 갔다.
그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는 지단을 곁에 두고 가벼운 수다를 떨곤 했다. 그 모습을 수십번도 더 봤다.
아넬리는 그의 손자들(존과 라포 엘칸)을 데려오기도 했다. 그들은 나타나서 팀에게 인사하고 곧 바로 지단에게 가서 수다를 떨었다.
할아버지랑 똑같은 녀석들이었다.
그 다음은 모지(유벤투스 단장)가 찾아와서 “지단은 어디 있지?"라고 말할 차례였다. 그리고 지라우(유벤투스 CEO)가 찾아왔다.
베테가(유벤투스 부회장)는 신중하게도 라커룸 구석에 있었다. 그는 수줍음이 많았다.
그때가 내가 외로움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모두 날 무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지단을 보러 왔다. 심지어 팬들도 날 가끔 무시했다.
예를 들어 투린의 카젤 공항에서였다. 우리는 아테네로부터 귀국했었는데 막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나티아코스와의 졸전을 치른 참이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젊은 패거리였는데 우리 팀의 기량에 대해 칭찬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지단이 지나가자 그들은 그를 붙잡았고 그것은 그들에게 음, 죽음은 아니더라도 급작스럽고 확실한 응징을 맛보게 해주었다.
몬테로는 먼 거리에서 지단을 발견한 뒤 안경을 벗고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제스쳐를 비치며 그들과의 마주하려 했다.
그것은 정말 멋지게 보였다. 하지만 그 젊은이들에게는 불길한 징조였다.
몇 초 뒤, 그는 전력질주하여 불량배 무리 앞에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그를 보조한 것은 다니엘 폰세카였는데 그 역시 주먹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복싱 아나운서의 중계와 경호원의 무전기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라이트, 레프트 훅. 다시 한 번 레프트 훅! TKO입니다. 지네딘은 안전합니다. 반복합니다. 지네딘은 안전합니다.”

오, 그 젊은이들이 견뎌냈어야 하는 고통이란! 몇몇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축구 훌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독한.
그들은 이후에도 우리를 방문하러 오곤 했다.

우리 팀은 언제나 전투에 준비된 팀이었다.
불지옥을 만들고싶다면 작은 불씨만으로도 충분했다.
파올로 몬테로, 다니엘 폰세카, 에드가 다비즈 이런 놈들이 있으니 말 다했지.
이들은 싸움의 낌새만 맡았다 하면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돌진했다.
로마의 올림피코 원정에서의 전반전을 마친 후였다. 팀은 벌써 라커룸에 내려와 있었는데 바깥에서 성난 소리가 들렸다.
막 시작된 싸움의 소리가... 몬테로가 외쳤다.

“지단은 어디 있어!!!!”(이 놈은 진짜 집착이 대단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몸소 뛰쳐나갔다.
그는 소동이 난 곳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그냥 자기들끼리 다투고 있는 로마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런 명분 없이 자신들을 바닥에 눕혀버리려는 분노의 몬테로를 목격 할 수 있었다.
파올로는 이렇듯 지단을 끔찍이도 아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나도 깨끗한 마음과 굳센 영혼을 가진 파올로를 아꼈다.
그는 흉악범이 될 수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그 나름대로의 명예로운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난 내가 초자연적인 존재(모든 면에서 – 그의 재능에서나 그의 됨됨이에서나)를 지도했었다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지단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소름과 스릴과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선수이다
(매일매일 놀라운 쇼를 보여줬던 살아있는 스펙타클!).
그에 관해 내가 아는 최고의 묘사는 내가 조세 알타피니에게서 들은 것이다. “그가 발을 놀리는 방식은 마치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과 같다.”
그는 약점이란 게 없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득점을 올리지도 못했고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그는 그 부근에 알러지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곳에서 그는 절대적인 마스터였다.
그는 훈련을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사랑했다.
그는 창조자였고 우리는 그를 그러 입을 벌린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난 그걸 바라보는게 직업이어서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동료선수들은 예술가를 방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고 있었다.
누구든 그가 공을 가지고 하는 일을 보면 그렇게 된다.

나는 밀라노에서 아리고 사키에게 4-4-2에 대해 배웠고, 나의 4-4-2에 자부심이 있었다.
실제로 파르마 시절에 로베르토 바조를 영입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그의 포지션(10번)이 4-4-2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영입을 거절했다.
하지만 지단을 만나고 난 뒤에서야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되었고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만약 다시 파르마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바조에게 '빨리 와!!'라고 말 할 것이다.
내 축구관을 바꿔버릴 정도로 지단은 위대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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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0/01 02:02
수정 아이콘
이건 마이클 조던을 볼때도 드는 생각입니다만 지단의 경기를 볼때 저는 너무 어렸고 축구에 대해서도 디테일하게 알 방법도 그시절엔 없었죠
그래서 얼마나 대단한지 좀더 섬세하게 느끼지 못한게 아쉬워요
+ 25/10/01 02:26
수정 아이콘
안첼로티의 카카에 대한 찬사도 대단하죠

문제는 안첼로티 본인도 어디에서 꿀리지 않을 사람인데.. 저정도 찬사를 한다는게 참.. 멋진 일입니다
+ 25/10/01 03:02
수정 아이콘
덕분에 찾아봤습니다 흐흐..

어쩌면 안첼로티 본인도 어디에서든 꿀리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알고 느끼기에, 스스로를 기꺼이 낮추는 식의 찬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25/10/01 05:29
수정 아이콘
찬사를 빙자한 돌려까기 아닌지 이건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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